시간당 4만원, 태국 '유료 친구' 서비스를 보면서 든 생각들
방콕 살면서 별별 이야기를 다 들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접한 뉴스 하나는 좀 낯설었습니다. 태국에서 '유료 친구'라는 서비스가 뜨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시간당 1000밧, 우리 돈으로 4만원 정도를 받고 여행이나 쇼핑, 카페 투어 같은 걸 대신 함께 해준다는 겁니다. 중앙일보가 교도통신 보도를 인용해 전한 기사였는데,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스쳐서 그 이야기를 좀 풀어보려고 해요.
| 패스트워크 앱에서 '여행 동행 친구'를 검색하는 화면 |
시간당 4만원짜리 동행,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나
기사에 따르면 유료 친구는 주로 여행에 동행해서 사진을 찍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달리기나 헬스 같은 운동, 쇼핑, 결혼식 동행까지 활동 범위가 꽤 넓더라고요. 요금은 제공자나 활동 내용에 따라 제각각인데, 한 사례로 소개된 요금표를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 이용 시간 | 요금(밧) | 원화 환산 |
|---|---|---|
| 1시간 | 450밧 | 약 1만9000원 |
| 2시간 | 800밧 | 약 3만4000원 |
| 3시간 | 1200밧 | 약 5만원 |
| 하루 (교통비 별도) | 1800밧 | 약 7만6000원 |
두 달 동안 50명 넘게 만났다는 대학생도 있고, 만족도를 10점 만점에 9점으로 매긴 후기도 있다니 나름 자리를 잡은 서비스인가 봅니다. 저는 방콕에서 5년 넘게 지냈는데도 이런 걸 이용한다는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처음 읽었을 땐 이게 정말 흔한 일인지 감이 잘 안 왔어요.
1인 가구가 많다는 게 이 정도였나
기사는 이 서비스의 배경으로 태국의 1인 가구 증가를 꼽고 있었습니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태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29.5%로, 세계 평균 21.9%보다 꽤 높다고 해요.
저는 젊은 태국 사람들과 직접 교류할 일이 많지 않아서 이 부분은 잘 몰랐는데, 남편이 가끔 회사 직원들 얘기를 들려줄 때가 있습니다. 태국은 급여 대비 물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안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했던 건, 집안 형편이 넉넉한 경우에도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통계를 보니 그런 말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긱 노동'이라는 표현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기사에서는 이 서비스를 "새로운 형태의 긱 노동"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는데, 이 단어를 보면서 문득 다른 생각이 스쳤습니다. 방콕에서 지내다 보면 '긱'이라는 표현을 가끔 다른 맥락으로 듣게 될 때가 있거든요. 결혼한 사람이 따로 만나는 상대가 있을 때 그렇게 부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뉴스에서 말하는 긱 노동과는 분명 다른 의미인데, 단어가 겹치다 보니 괜히 씁쓸한 기분이 들었어요. 물론 이건 제가 직접 확인한 것도 아니고 태국 전체를 두고 일반화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진짜 친구한테는 못하는 부탁이 있다면
기사에 소개된 이용자들의 이유를 보면 나름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어요. 한 콘텐트 크리에이터는 여행 갈 때 원하는 사진 각도를 자유롭게 요청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고, 다른 이용자는 장기적인 관계 없이 필요할 때만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저는 이게 오히려 진짜 친구한테는 하기 어려운 부탁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어요. 사진 각도까지 계속 이것저것 요청하려면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눈치가 보이잖아요.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희롱은 없다는데, 정말 그럴까
전문가는 성희롱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명확한 규칙과 경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고, 실제 제공자들은 고객 SNS를 미리 확인하거나 위험할 수 있는 요청은 거절한다고 해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솔직히 물음표가 남았습니다. 남녀가 단둘이 여행을 간다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만약 이런 서비스가 한국에도 있다면 이걸 악용하는 사람이 분명 나올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외국인 남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조금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어요. 이 서비스는 태국 사람들을 위한 걸까, 아니면 외국인 이용자도 염두에 둔 걸까. 기사만으로는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